박은관 시몬느 회장

세계 명품핸드백을 지휘하는 히든 마에스트로 박은관 시몬느 회장

월간CEO 편집국 l 승인2017.07.10

한국에서 세계적 명품 브랜드 나올 때가 됐다.
0914(Gonguilsa)38년 박은관 경력, 380명의 지혜와 경험을 합치면 5,800년이 된다.
그것은 현재 이태리나 프랑스에도 없는 시간이다.
우리는 5,800년의 연륜으로 18만 개의 핸드백 패턴과 아카이브를 만든다.

“㈜시몬느가 건립한 핸드백 박물관 ‘백스테이지(Bagstage)’는 세계 최초이자 유일의 핸드백 박물관이다. 뉴욕타임스는 ‘서울에 간다면 반드시 들러야 할 곳’으로 이곳을 소개했고, 파이낸셜타임스는 ‘핸드백에 바쳐진 성전(聖殿)’이라고 칭송했다. 백스테이지를 만든 사람은 시몬느의 박은관 회장이다. 해외 패션 관계자들은 그를 세계 명품 핸드백을 지휘하는 히든 마에스트로라고 부른다. 현재 시몬느는 핸드백 제조 분야에서 매출액 세계 1위. 핸드백 수출로 매년 10억 달러 이상, 소매가 8조 원에 이르는 매출을 달성하고 있다. 1년 생산 제품만 2천 만개, 유럽산 명품 핸드백의 10%, 미국산 명품 핸드백의 30%가 시몬느 제품이다. 요즘 길거리에서 여성이 들고 다니는 명품 핸드백 10개 중 1개는 시몬느가 만든 것이다.”

자료제공=정지환 인간개발연구원 편집위원, 감사경영연구소 소장

1987년 출범한 ㈜시몬느와 박은관 회장을 한 신문사 기자는 이렇게 소개했다. 연구개발이 주 업무인 한국 본사에서 380명, 제조를 맡고 있는 해외 공장(베트남 4개, 중국 2개, 인도네시아 2개, 캄보디아 1개)에서 3만3,000명이 일하고 있다. 참고로 회사 이름 ‘시몬느’는 박 회장 아내의 애칭이다. 이런 로맨틱하고 공격적인 경영 방식은 창업 초기부터 시도됐다.
“시몬느 핵심 가치는 처음, 장인 정신, 플랫폼이라는 3가지 키워드로 정리할 수 있다. 처음 창업할 때만 해도 3D 업종, 사양 산업, 막차 타기라는 지적을 받았다. 하지만 나는 생각이 달랐다. ‘남이 만든 철도’를 타면 막차겠지만 ‘내가 만든 철도’를 직접 타면 새로운 기회가 열릴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당시 미국에서 가장 잘 나가던 도나 카란 뉴욕 컬렉션을 타깃으로 삼았다. 내가 처음 한 일은 백화점에 가서 하나에 2,000~3,000달러 되는 도나 카란 브랜드 핸드백 7개를 사서 분해한 일이다. 분해하면 다시 조립하고, 조립이 완료되면 또다시 분해했다. 그리고 이탈리아에 가서 똑같은 가죽과 장식을 구입해 복제품을 만들었다. 그렇게 만든 샘플 핸드백 10개를 들고 도나 카란 뉴욕 컬렉션 본사에 불쑥 찾아갔다.”

장인 경력 5800년, 디자인 스타일 18만개 보유

박 회장은 ‘이 가방을 유럽보다 30~40% 저렴한 가격에 납품할 수 있으니 일을 맡겨 달라’고 과감하게 제안했다. 품질은 뛰어나지만 저렴한 제품에 그들은 감동했다. 하지만 ‘메이드 인 이태리'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로 라벨을 바꾸는 일은 쉽지 않았다. ‘이태리를 대체할 아시아 시장의 교두보를 가장 먼저 만들자’고 설득한 다음날, 240개의 첫 주문을 따냈다.
“이후 마크제이콥스, 랄프로렌, 버버리, 마이클코어스, 코치 등 글로벌 명품 브랜드가 시몬느의 고객사가 되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시몬느 최대의 자산 목록은 5,800년이다. 본사에서 380명이 일하는데, 정년이 없기 때문에 핸드백 장인 중에는 환갑 넘은 분이 14명이다. 50년이 넘는 그들의 시간, 그리고 38년이라는 나의 경력, 입사 2주차의 패기 넘치는 젊은 친구들의 시간 등 380명의 지혜와 경험을 합치면 5,800년이 된다. 그것은 현재 이태리나 프랑스에도 없는 시간이다. 우리는 5,800년의 연륜으로 18만 개의 핸드백 패턴과 아카이브를 만들었다. 1년에 우리가 개발하는 디자인이 7천 개다. 함께 일하는 해외 명품사가 스케치 100개를 보내와도 98개는 우리가 해온 18만 개 중 하나이거나 그 변형이다.”
실제로 시몬느 플랫폼에는 18만 개 디자인의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스트럭처, 컬처가 축적돼 있다. 해외 파트너들이 ‘팩토리’가 아니라 ‘풀 서비스 컴퍼니’라고 부르는 이유다. 시몬느가 글로벌 시장에서 빠르게 자리 잡을 수 있었던 비결로 뛰어난 품질과 감각적 디자인, 박 회장 리더십이 거론된다. 그러나 박 회장이 꼽는 비결은 따로 있다. 바로 기술 혁신이다.

“루이비통 핸드백에는 손으로 직접 바느질해야만 만들 수 있는 부분이 있다. 우리는 6개월간 연구해서 손바느질한 것과 같은 품질을 내는 컴퓨터 미싱을 만들었다. 공정 중 가장 어려운 페인팅 작업도 온도, 속도, 바람 세기 등을 계산해 드라이 컨베이어벨트를 개발해 해결했다. 수제의 손맛과 장인정신을 잃지 않으면서도 표준화, 산업화를 이뤄낸 것이다. 핸드백 소재를 다듬을 때 쓰는 망치 종류도 50여 가지나 된다. 쇠, 나무, 플라스틱 등 소재와 용도, 크기에 따라 제각기 최적화된 망치를 개발했다. 이 같은 기술 혁신은 시몬느를 일반적인 OEM·ODM이 아닌 IDM 업체로 인정받게 했다. 글로벌 패션업계에서 IDM으로 평가받는 제조사는 여성 속옷을 만드는 홍콩의 ‘레지널 미라클’과 시몬느 단 두 회사뿐이다.”
IDM은 ‘혁신을 개발하는 제조사(Innovative Development Manufacturing)’란 뜻이다. 개발을 디자인(Design))으로 바꿔 부르기도 한다. 박 회장은 시몬느가 경제학적으로 시작, 개발, 확장을 거쳐 성숙으로 넘어가는 단계, 인문학적으로는 성장(배움)에서 성취(이룸)로 넘어가는 단계에 와 있다고 분석했다. 지속경영과 성숙(나눔)의 단계로 가려면 인재가 중요하다.
“원가 100달러를 투입해 제품을 만들 때 어느 사람이 맡느냐에 따라서 500달러가 될 수도 있고, 800달려가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창의적 발상, 새로운 가치, 참여 속의 변화를 강조한다. 이를 위해선 무엇보다 먼저 직원이 일하고 싶은, 좋은 기업이 되어야 한다. 이와 관련해 경영자는 직원의 지갑과 머리와 가슴을 채워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이익공유제(PS)를 도입해 지갑을 열심히 채워주려 하고 있다. 대학원 진학처럼 공부하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적극 지원하는 것으로 머리도 채워준다. 가장 어려운 것은 직원의 열정을 불러일으키는, 즉 가슴을 채워주는 일이다. 사옥 곳곳에 정원을 조성한 것도 이런 생각과 관련이 있는데 ‘오피스 캠퍼스’란 콘셉트로 지었다. 건물 안에 천장이 없는 실내 정원이 다섯 군데 있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실제로 박 회장은 직원들이 언제든 신선한 공기를 마실 수 있고, 비가 오면 비를 손으로 받아 보고, 눈이 오면 눈을 만질 수 있는 공간을 조성했다. 해외 거래처 인재와 관련해선 개발(Develop), 자극(Inspire), 감사(Appreciate)를 강조한다. 덕분에 2015년 독자 브랜드 ‘0914(Gonguilsa)’를 런칭할 수 있었다. 0914는 헤어졌던 아내와 재회한 날(9월 14일)이다.
“과연 ‘0914’가 글로벌 브랜드가 되어 잘 안착할 수 있을지 궁금해 하는 사람이 많다. 분명히 말하건대 나는 브랜드가 아니라 제조업 전문가이다. 내 재킷에선 아직도 향수가 아니라 기름 냄새가 난다. 우리의 핵심 가치는 ‘손의 힘’과 ‘땀의 가치’다. 하나의 브랜드가 무르익으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나는 15~20년 후에야 이 프로젝트가 빛을 발할 것이라고 본다. 한마디로 ‘기나긴 여정’이다. 예전에 부친이 정원에서 소나무를 이식할 때, 내가 물었다. ‘아버지, 내년엔 더 멋있어지겠네요.’ 그랬더니 ‘세상에 돈으로 못 사는 게 많다. 사람, 사랑 그리고 시간이다. 소나무도 한번 뿌리 내리는 데 3년이 걸리고, 새순이 나고 모양이 잡히고 소나무 바위에 이끼가 끼고 제대로 운치가 나려면 10년 걸린다’고 답하셨다.”
박 회장이 ‘0914’를 넥스트 제너레이션 프로젝트로 보는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패션계의 가장 영향력 있는 리더인 수지 멩키스 ‘보그 인터내셔널’ 편집장은 “시몬느가 한국에서 나온 첫 번째 글로벌 패션 브랜드가 될 것”이라고 예언했다. 하지만 독창성을 확실히 보여주지 못하면 난처한 입장에 빠질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시몬느는 ‘흔들리며 피는 꽃’이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 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월간CEO 편집국  ceo@thece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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